
In Gowan Ring은 네오포크라는 장르에서 꽤 독특한 지위를 점하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적은 인재풀 덕에 많은 경우 밴드들은 많아도 멤버들은 결국 그놈이 그놈인(이런 측면은 사실 블랙메탈보다 네오포크가 더욱 심각하다) 경우가 많은 네오포크에서 다른 밴드의 앨범에 게스트로라도 얼굴을 거의 비추지 않는 B’eirth가 갈라파고스마냥 이끌어가는 밴드이기도 하고, 네오포크의 네임드들 가운데 드물게 인더스트리얼의 기운을 담지 않고 그 빈 자리를 싸이키 포크로 채우는 밴드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밴드를 네오포크 밴드라 하는 게 맞긴 한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을 만한, 장르의 경계선에 있는 밴드라고 할 수 있다.
데뷔작도 충분히 싸이키하긴 했지만 그런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이 앨범과 “The Glinting Spade”일 것이고, Donovan이나 Exuma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여주는 후자에 비해 Nick Drake의 그림자가 강한 이 앨범이 그래도 좀 더 ‘전형적인’ 포크에 다가가 있고, 그런 만큼 밴드의 입문작으로는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꽤나 ‘ritual’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Stone Song III’나, 재즈적인 어프로치까지 등장하는 ‘The Twin Trees’ 등 다양한 단면들을 담아내고 있으니 심심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겠다. Shayo에서 재발매된 버전에 보너스로 실린 ‘Still Water Bonne’이 앨범의 백미급인지라 보기 드물게 재발매반이 초판보다 더 비싼 앨범이기도 하다. 위 커버 이미지는 Shayo의 재발매반 커버인데, 초판과는 커버가 다르니 유의할 것.
[World Serpent,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