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름 꽤 알려진(하지만 비싸긴 되게도 비쌌던) 싸이키 포크 앨범이었던 Simon Finn의 데뷔작 “Pass the Distance”는 놀랍게도 국내에도 재발매반이 라이센스된지라 나를 포함한 꽤 많은 이들이 들어볼 수 있었고, 광고문구에서는 Tim Buckley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똘끼 넘치는 음악이었고, 그렇다고 마냥 싸이키 포크만을 언급하기에는 사실은 Simon Finn이 아니라 이 사람이 메인이 아닐까 싶은 David Toop의 화려한 연주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찌 들으면 좀 뒤틀린 스타일의 Donovan 같기도 하다. 아마 David Tibet이 라이너노트까지 쓰도록 귀를 잡아끌었던 것도 그런 면모이지 싶은데, 그런 스타일에 적당한 템포의 로큰롤을 섞어준다면 2005년 이후의 Der Blutharsch까지 이를 거라는 게 사견이다. 각설하고.
“Subjunctive Mood”는 Simon Finn의 음악과 Current 93과의 연결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앨범이다. 애초에 Current 93의 공연에 참여하면서 연주된 곡들을 모은 앨범이기도 하지만 David Toop의 화려했던 연주를 걷어낸 Simon의 꽤 음울한 포크송(과 조금은 성의없게 들리는 스타일의 보컬)은 Simon이 동시대의 브리티쉬 포크의 주류와는 좀 구별되는 인물임을 보여주는데, 정치적인 구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결국은 시원하게 차인 남자의 우울한 러브송이 앨범의 핵심인만큼 그런 측면을 우려할 것까지는 없겠다. 하지만 데뷔작보다 싸이키함(과 똘끼)은 확실히 덜해진만큼 단정하게 다듬어진 포크송을 기대한 게 아니었다면 조금은 기대만 못할지도.
[Durtro,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