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칠레 헤비메탈 밴드와는 발톱의 때만큼도 관련없는 미국 초창기 블랙/데스메탈의 이제는 많이 잊혀진 이름에 가까울 Lucifer’s Hammer의 나름 악명 높은 이 1994년 데모가 언제부턴가 알 길 없는 수많은 밴드들의 데모들을 컬트로 멋지구리하게 포장해서 팔아먹고 있는 Nuclear War Now!에서 재발매되었다. 말하자면 저 레이블명에 선입견이 생기는 게 당연한 요즘이겠지만 Lucifer’s Hammer는 그래도 그 중 믿을 만한 사례라는 것이다. 의외로 키보드까지 적당히 잘 깔아주던 1997년작이었던 “The Mists of Time”은 2014년에 Destro Records라는 알 수 없는 곳에서 일찌기 재발매된 적도 있던만큼 아예 무명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문제는 이 데모는 바로 저 “The Mists of Time”의 재발매반에 보너스트랙으로 전곡이 수록됐었다는 점인데… 역시 이 데모의 커버가 훨씬 간지폭풍이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그 시절 이런 류의 음악이 대개 그랬듯이 스래쉬의 그림자 강한 리프의 데스메탈인데, Burzum과 비슷한 시기에 불타는 교회를 커버로 쓰는 패기에 걸맞게 사타닉한 분위기도 분명하다. Todd Cushman의 목소리까지 들으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밴드는 Order from Chaos인데, 특히나 ‘Entrance of Gehenna’의 분위기는 이 밴드가 컬트라는 광고문구가 뻥은 아니겠구나 하는 나름의 확신을 준다. 상대적으로 “The Mists of Time”의 음악에 근접한 ‘Eternally Doomed’의 먹먹한 분위기는 그러면서도 Order from Chaos의 스타일과는 좀 구별된다. 그보다는 90년대 초반 둠적인 분위기를 일부 머금었던 북유럽 데스메탈 밴드들을 떠올릴 수 있다. 재발매 LP에는 보너스트랙도 2곡 실려 있으니 이미 “The Mists of Time”을 가진 이라도 컬렉션용으로는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을지도.

[Self-financed,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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