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창기 브리티쉬 심포닉 프로그를 얘기할 때 한번쯤은 언급되어야 할 밴드라고 생각하고 음반 자체도 꽤 유명하지만 정작 얘기하는 사람을 본 적은 별로 없는 Beggars Opera의 빛나는 초창기를 이끌었던 보컬리스트 Martin Griffiths는 정작 밴드를 나오고 나서는 프로그와는 거리를 둔 솔로 커리어를 이어갔고, ‘Sitting on the Dock of the Bay’의 디스코 싱글은 큰 맘 먹고 모은 쌈짓돈으로 ‘브리티쉬 프로그 오리지널 싱글 레코드!’를 구했던 어느 고딩의 마음에 용용 죽겠지를 날리는 듯 생채기를 낼 정도의 곡이었다(별로였다는 의미는 아님). 그래서 레이블이 내세우는 ‘Martin Griffiths(Griffith가 아님)의 아들이 노래하고 있는 독일 밴드’라는 광고문구는 생각해 보면 좀 얄궂다. 부친이 부친인지라 노래는 잘 하는데 저게 광고가 되려나.
음악은 본격 프로그 밴드들의 이름보다는 Mind’s Eye에 Steely Dan풍 AOR을 입힌 듯한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더 생각해 보면 A.C.T에서 하드록을 좀 덜어내고 퓨전을 더하면 비슷하지 않으려나? 아버지보다는 Michael Sadler 류의 네오프로그 보컬에 가까워 보이는 Philip Griffiths의 목소리도 그런 스타일에 한몫한다. 그래도 이런 류의 앨범에 한둘씩은 꼭 들어가는 적당히 과장된 심포닉의 조곡도 빠지지 않고 있으니(‘Your Other Way’와 ‘The Great Open’) 이거 너무 팝적이라는 볼멘소리는 분명 있겠지만 프로그라는 레떼르에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레이블을 생각하면 좀 더 난해한 스타일을 요구하는 건 무리이지 않을까.
[DVS,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