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프로그레시브 스래쉬 밴드의 유일작. “Images and Words”가 나온 게 1992년이니 이 때는 사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면 이런 스타일로 가는 게 아무래도 더 납득이 되는 방향이었을 시절일 것이고, 레이블 스스로도 키보드에 힘 준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으니 앨범의 색깔은 불가피했을지도. 하지만 이제 와서는 프로그레시브를 듣는다고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무식하다고, 스래쉬를 듣는 이들에게는 너무 꼬아 놓았다고 까이는 처지인만큼(그런 의미에서 지금에 와서는 이만큼 인기없는 장르도 별로 없겠거니 싶다) 관계자 모두에게 마냥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은 앨범이잖을까 싶다. Nirvana도 나왔겠다 메탈 밴드가 망하기는 딱 좋아 보이는 시절이기도 했고.
그래도 음악 자체는 꽤 괜찮다. 사실 Watchtower만큼 복잡하지는 않고 그보다는 “Suiciety” 시절의 Realm에 더 가까워 보이는 앨범인데, Bram van den Oever의 보컬은 또 Alan Tecchio스타일이기 때문에 Watchtower를 그래도 인상에서 지울 수는 없다. 그렇지만 ‘Mass Termination’의 스피디한 스래쉬 연주나 ‘Inner Recession’의 Coroner풍 연주는 애초에 이 밴드가 마냥 프로그레시브에 초점을 둔 밴드는 아니었다는 나름의 근거 없는 확신을 준다. 앨범의 멜로딕한 부분에서는 과장 좀 섞으면 “Rage for Order” 시절의 Queensrÿche와도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그리 프로그레시브한 앨범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Watchtower나 Realm을 좋아했다면 아마도 만족할 법한 앨범. 확실히 19살들이 만들 만한 앨범은 아니었다.
[Shark,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