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8년 런던 3대 사이키델릭 밴드 중 하나라고 소개받은 적이 있었는데 나머지 둘이 Pink Floyd와 Soft Machine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렇게 셋을 묶는 건 Tomorrow를 두 번 죽이는 게 아닐까 싶긴 하지만 이 한 장의 앨범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으므로 나올 수 있었던 얘기가 아닐까, 하는 게 밴드에 대한 인상이다. 물론 그래도 저 런던 3대 사이키 밴드 같은 얘기는 이후에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으므로 Tomorrow의 기량과는 별개로 예전의 그 소개는 뻥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기타가 무려 그 Steve Howe이고, 보컬도 Toytown Pop(난 아직도 이게 대체 무슨 장르인지 잘 모르겠다)의 최강자라는 Keith West이니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앨범은 사실 사이키델릭 록 앨범이라기엔 스타일이 퍽 다양한 편이다. ‘My White Rabbit’ 같은 분명한 사이키델릭도 있지만 본격 하드록에 가까운 ‘Revolution’이나 Beatles의 원곡에서 오히려 사이키델릭을 걷어낸 ‘Strawberry Fields Forever’도 있고, 우리는 끝내주는 기타리스트를 가졌다고 과시하고 있는 ‘Now Your Time Has Come’도 있다. 그랬기 때문에 내놓고 약 빨던 부류나 내놓고 프로그레시브하던 부류 어느 쪽에도 속해지 못하고 쉬이 잊혀진 이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오히려 좀 더 늦게 나왔다면 꽤나 사이키하면서도 다양한 매력을 가진 앨범으로 더 회자됐을지도? 하긴 이렇게 얘기하긴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Parlophone,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