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 원맨 블랙메탈 프로젝트의 데뷔작. 사실 대자연 아래 울부짖는 늑대 사진이나 “Ancient Spells”라는 앨범명, 레이블인 Signal Rex 어느 하나를 보더라도 90년대 초중반 노르웨이 블랙메탈 스타일이라는 짐작을 쉬이 할 수 있다. 걸린다면 이 밴드가 콜롬비아 출신이라는 점인데 그렇다고 저 늑대 사진이 콜롬비아의 식생을 고려한 밴드의 선택은 아무래도 아니지 않을까? 말하자면 태생부터 스타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밴드 스스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은 아무래도 없지 않았을까 짐작되는(그리고 이제는 충분히 익숙해져버린 스타일을 고수하는) 그런 앨범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앨범은 생각보다 퍽 훌륭하다. 은근 남미 밴드들 가운데서는 본 기억이 별로 없는 90년대 초중반 노르웨이 심포닉블랙 스타일인데, 먹먹한 믹싱에 힘입어 “The Shadowthrone”을 의식했을 키보드 연주가 자아내는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다. 상대적으로 조금은 가볍게 들리는 전형적인 기타 리프는 돋보이지는 않지만 키보드와의 유니즌을 통해 꽤 폭넓은 사운드를 보여준다. 초기 Burzum의 최면적인 면모까지 떠오르는 ‘Despair of Silence’나 서사적인 구성에 신경쓴 ‘The Iron King’은 한 23년전에 나왔다면 시대를 풍미한 명곡이 됐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밴드에게는 얄궂게도 지금은 2021년이지만 말이다.
[Signal Rex,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