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mhet은 cascadian 블랙메탈을 얘기함에 있어 한번쯤은 언급될 만한 밴드라고 생각하고 2006년부터 비슷한 류의 그 어느 밴드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 왔지만 생각보다 이 밴드가 언급되는 경우는 그리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뭐 블랙메탈 밴드가 인기 없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겠냐마는 아무래도 Wolves in the Throne Room이나 Skagos 등 스타일을 대표하는 밴드들에 비해서는 기복도 있(어도 너무 있)고, 밴드의 가장 유명한 앨범들이 어째 Southern Lord나 Eternal Warfare 등 미국 레이블이 아닌 유럽에서 나왔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당장 Sabbath’s Fire도 카탈로그만 보면 cascadian과 별 상관 없는 곳이기도 하고.
이 밴드의 모든 앨범이 그렇지만 거친(그리고 재미없는) 블랙메탈 트랙이 싼티나는 앰비언트를 압도하던 초기작에 비해 이 앨범에 와서는 확실히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좋았던 시절의 차가운 분위기를 재현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사실 다른 cascadian 밴드들보다는 Vinterriket 같은 밴드와 더 비슷한 류라고 생각하는데, 하긴 커버에서도 엿보이듯이 자연 얘기는 집어치우고 뜬금없이 우주 얘기를 늘어놓는 이 밴드가 애초 cascadian으로 분류된 자체가 좀 괴악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Die, Die My Darling’의 커버에 이르면 이 밴드가 사실은 보통 알려진 것보다 훨씬 유쾌한 이들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DSBM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밴드가 커버할 만한 곡은 아니지 않나?
[Sabbath’s Fire,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