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de to the Nightsky”가 괜찮은 앨범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앨범이 잘 팔렸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하긴 레이블을 생각하면 잘 팔릴 턱이 없어보이긴 한다) 이후 밴드는 무려 Nuclear Blast와 멀티 앨범 계약을 따내는 기염을 토한다. Nuclear Blast야 예나 지금이나 이 필드의 최고 메이저 레이블이지만 그 때는 ‘여기만 들어가면 밴드가 다 똑같아진다’ 식의 볼멘소리도 확실히 덜하던 시절이었다. 덕분에 밴드의 새 앨범은 나름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조금 의아했던 점은 Ronni Le Tekrø(TNT의 그 분 맞음)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이었다. “Ode to the Nightsky”는 만듦새를 떠나서 TNT와는 꽤나 판이한 음악이었다.
“The Spectral Spheres Coronation”은 그런 사람들의 기대를 꽤나 비껴난 앨범이었다. 블랙메탈은 커녕 조금 그림자지긴 했지만 어둡다고 하긴 부족할 프로그레시브 메탈이었는데, Jorn Lande의 보컬은 무척이나 훌륭했지만 통상의 Dream Theater 스타일에서 복잡함을 덜어내고 심포닉을 강조한 스타일은 조금은 낯설다. 그렇지만 블랙메탈의 기대를 지우고 듣는다면 이 (약간은 스타워즈 따라한 컨셉트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은 사실 그리 나쁘지 않다. 심지어 요새는 ‘오리지널한 그 시절 잊혀진 프로그레시브 메탈 명작!’ 정도로까지 얘기되는 편인데, 사실 명작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지만 동시대 북유럽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을 생각하면 이 밴드보다 확실히 더 잘한다고 말할 만한 밴드는 Conception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 적어도 (어디서 좀 들어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확실히 다르긴 다른)자신만의 스타일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만 보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앨범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덕분인지 시원하게 망했고, 멀티 앨범 계약은 어떻게 됐는지 밴드는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으며, 밴드의 메인 멤버들은 이후 다른 밴드들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군계일학의 보컬을 자랑했던 Jorn Lande는 원래 활동했던 밴드로 돌아가서, 프로그레시브로 어떻게든 제대로 성공해 보겠다 싶었는지 Conception의 Tore Østby를 끌어들여 계속 미뤄져 오던 데뷔작을 내놓았다. Ark 얘기다.
[Nuclear Blast,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