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nni Le Tekr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Ronni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야 단연 TNT이겠지만 Ronni는 사실 멜로딕메탈 기타 마스터 정도로는 커리어를 요약할 수 없을 정도로 꽤 다양한 류의 활동과 관심을 보여주었다. Terje Rypdal과의 ECM 활동도 있지만 그 앨범은 사실 별로 안 좋아하므로 넘어가고, 이 분이 본업 외에 꽤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준 영역은 의외로 블랙메탈인데, 노르웨이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자니 하긴 그쪽과 전혀 연을 갖지 않기도 쉽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이력은 단연 1349의 이 앨범인데, 1349의 커리어에서 가장 독특한 앨범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Ronni가 송라이팅에까지 참여했다는 건 들어보기 전에는 확실히 의외다. 그래도 그가 쓴 둠적인 기타가 돋보이지만 사실 거의 다크 앰비언트에 가까운 ‘Misanthropy’나 가라앉은 오르간 연주에 매끈한 기타를 얹은 ‘Solitude’는 어쨌든 블랙메탈은 아니니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Ronni가 적어도 Celtic Frost는 꽤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던져주는 꽤 괜찮은 곡들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1349는 그 시절 이름을 날리던 블랙메탈 밴드 가운데서도 가장 잘 달리는 축에 속하던 밴드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둠 물을 먹은 앨범을 내놓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Maggot Fetus… Teeth Like Thorns’를 제외하면 밴드의 기존 스타일은 별로 남아 있지 않으니 방향의 전환을 꾀한 앨범이었나 싶기도 한데, 그거야 밴드의 자유겠지만 ‘Set Controls for the Heart of the Sun’의 커버를 듣자면 이건 좀 너무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Blut aus Nord를 좀 더 참고했으면 나았으려나? 일단 들으면서 이런 스타일을 하기엔 Frost의 질주하는 드럼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끝내 남는다. 구리다기엔 조심스럽지만 듣기는 사실 쉽지만은 않다.
[Candlelight,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