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ld Sorcery를 통해 크라우트록 물을 좀 먹은 듯 나름 그럴듯한 분위기를 잡다가 결국은 Lord Wind 짝퉁으로 흐르는 용두사미식 던전 신스를 들려주었던 Vechi Vrăjitor의 (역시 혼자 하는)블랙메탈 프로젝트. 그래도 블랙메탈을 하자니 그럴듯한 예명이 필요했는지 이번에는 Lord Vrăjitor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지만, 아쉽게도 Old Sorcery에 기억을 넘어선 감흥까진 없었던 나로서는 저 이름이 그리 있어보이진 않는다. 밴드명도 Vlad Tepes의 곡에서 따 왔으니 던전 신스의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러니까 앨범에 기대는 별로 없었고, 나름 안목을 갖춘 Werewolf Records에서 이 앨범이 나왔다는 사실이 약간의 희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음악은 꽤나 괜찮다. 90년대 중후반 등장했던 심포닉블랙의 빛나는 순간들을 꽤 자주 떠올리게 하는 블랙메탈이고, 던전 신스로 가다듬었는지 화려한 키보드가 귀에 자주 박힌다. ”Of a Moribund Vision’이나 ‘Empowered with Battlespells’ 같은 곡은 분명히 “Enthrone Darkness Triumphant”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보다는 좀 더 싼티나고 직선적인 스타일이지만 그 시절 공격적일 정도로 화려한 키보드를 들려주던 블랙메탈 스타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포크적인 구석이 있다는 점에서는 “Immortal Pride”에서의 Graveland의 건반과도 비슷한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의문이 남는다. 대체 Old Sorcery때는 이 실력은 왜 숨겨두고 그런 던전 신스를 만들었을까? Lord Vrăjitor라는 이름을 앞으로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Werewolf,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