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블의 홍보문구에 의하면 Soft Machine, Can, Van Der Graf Generator 등의 영향을 받은 신진 프로그 밴드라는데 이 재즈물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음악에서 저 밴드들의 그림자를 어떻게 느꼈는지는 좀 의문이다. (그나마 셋 중에서는 VDGG가 비슷한 구석이 있긴 하구나) 그보다는 Uriah Heep이나 좀 더 심포닉하고 복잡하게 어레인지한 Atomic Rooster 스타일에 가까워 보인다. 플룻 연주가 꽤 자주 나오는지라 Jethro Tull을 얘기하는 이들도 많아 보이지만 그 플룻 연주를 제외하면 Jethro Tull과 비교할 만한 부분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냥 Black Widow에서 흔히 나오는 예스러운 부류의 심포닉 프로그레시브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연주는 꽤 출중하다.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리프에 Uriah Heep 풍의 해먼드와 코러스(특히 ‘Hoodlums’), 트리키한 연주가 돋보이는 ‘PSM’과 ‘Black Crow’ 등을 듣자면 밴드의 역량 자체는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고, 특히 ‘PSM’은 이 테크니컬한 연주에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얹어내는 역설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Uriah Heep의 핵심은 단연 David Byron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 확실히 김 빠진 듯 들리는 보컬은(노래를 못하는 건 아니긴 한데) 제노아 출신다운 싼티나는 가사와 기묘한 시너지를 보여준다. Black Widow 소속 밴드들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Death SS를 지나치게 많이 들은 듯한 보컬들을 계속 데려오는 건지 궁금해진다. 왜 프로그 앨범을 들었는데 Death SS 생각이 날까?
[Black Widow,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