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만으로도 일세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가 다가오는 Eric Clapton이지만 사실 보통 생각하는 만큼 앨범에 본인의 자작곡을 많이 실었던 뮤지션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일단 잘 알려진 훌륭한 연주도 있겠지만 누구의 곡을 연주하더라도 철저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났던 인물이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뭐 Cream부터 시작해서 클래식 록 관련 책들 조금만 들춰봤다면 익숙할 만한 밴드들을 거쳐가며 쌓아 온 무지막지한 커리어가 주는 후광도 있을 것이다.
그런 ErIc Clapton의 소화력이 가장 돋보였던 한 장을 꼽는다면 그래도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이 앨범도 Eric Clapton이 작곡한(또는 참여한) 곡은 셋밖에 되지 않지만 누가 만들었던 컨트리풍 짙은 포크 팝으로 무지막지하게 소화해내는 모습(그리고 Yvonne Elliman의 코러스)은 이 분의 혈기왕성했던 모습을 보지 못하고 Tears in Heaven 아저씨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바꿔놓을 만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I Shot the Sheriff’의 레게만큼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하필 저 곡이라니 역시 판장사 할 팔자는 아닌 셈이다. 하긴 Solitvdo 다음에 Eric Clapton이 나오는 블로그 하면서 무슨 판장사란 말이냐.
[RSO,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