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같은 스웨디시 데스메탈 밴드라고 하더라도 Unleashed나 Grave의 음악은 Desultory나 Dismember 같은 밴드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Dismember 등이 좀 더 스타일리시한 음악을 연주했다면 Unleadshed나 Grave는 좀 더 우직하고 ‘클래식’한 형태의 데스메탈에 가까웠다. Sunlight 스튜디오 특유의 트레몰로를 장착한 다운 튜닝 기타는 조금은 먹먹한 프로듀싱과 결합하여 동시대의 다른 밴드들보다 확실히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했고(사실 이건 “Left Hand Path”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면서도 파워와 그루브를 놓치지 않으면서 그 어두운 분위기에 음습함을 더해내 나름의 개성을 확립했다. 덕분에 스웨덴의 많은 밴드들이 뛰어난 데스메탈 앨범을 내놓았지만, 육중함에 있어서 이 앨범을 넘어서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육중함은 데스메탈의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다고 Grave가 다른 덕목들을 방기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육중함을 한 꺼풀 들어내면 의외로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있고(‘Hating Life’, ‘Day of Mourning’), 때로는 프로그레시브적인 전개를 일견 보여주기도 한다. 키보드의 적절한 사용도 그런 면모를 더하는데, 키보드야 물론 Death나 Morbid Angel도 쓰기는 했지만 Grave의 경우는 아무래도 그네들보다는 Candlemass의 모습에 더 가까운 편이다. 물론 ‘Deformed’ 등에서는 폭력적이면서도 확실히 달려주는 모습도 보여준다. 말하자면 스웨디시 데스메탈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토털 패키지’에 가까웠던 앨범이고, 이 앨범에서 힘을 거의 다 쏟아버렸는지 Grave는 이후 몰락의 모범…은 아니더라도 3등 정도는 될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Century Media,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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