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메탈 밴드가 스래쉬 물을 먹는 거야 이상할 게 없을 일이지만, 영향을 받더라도 보통은 블랙스래쉬에 가까운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밴드들이지 이들처럼 Suicidal Tendencies의 인상이 강하게 풍기는 밴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물론 출신과 장르가 있는지라 결국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밴드는 Aura Noir지만 동류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크로스오버의 기운을 지울 수 없는 편이다. 말하자면 어둡고 찬바람 부는 북구의 숲 얘기를 하는 게 보통 동류의 밴드들이라면 그 숲을 오토바이 타고 달려가는 정도로 컨벤션을 뒤트는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밴드의 흥미로운 개성인 셈이다.

이런 개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Demonic Summoning Ritual’같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곡명만 봐서는 아무래도 Slayer풍이어야 마땅하겠지만 Aura Noir의 영향이 분명해 보이는 리프가 어느 순간 갑자기 조금은 흥겹게 들리는 헤비메탈풍(바꿔 말하면 Motorhead풍) 전개로 이어지는 모습은 좀 당황스러울 사람도 없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부분들을 제외하면 사실 평이할 정도로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만큼 블랙스래쉬 자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그런데 두 곡에서 Nagash가 드럼으로 참여했는데 전혀 얘기가 안 나오는 거 보면 Nagash가 정말 한 물 가긴 간 모양이다. 간만에 꺼내봤다가 처음 알았다.

[Polypus, 2016]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