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러시아 네오포크의 잊혀진 이름을 넘어서 과연 이 밴드가 네오포크가 맞기는 하냐는 비아냥까지 듣는 Neutral이지만 그래도 2008년의 이 앨범까지는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네오포크 밴드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네오포크와 다크 포크 사이의 느슨한 경계선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건 Eis & Licht에 소속되었던 모든 밴드들이 마찬가지이기도 했고. 그래도 초창기에는 인더스트리얼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었던 Neutral이 아예 처음부터 예쁘장한 싱어송라이터 포크에 비슷해 보였던 Lux Interna 같은 밴드들에 비해서는 음악 변했다는 소리를 듣기는 더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martial’의 기운을 쫙 뺀 네오포크를 처음 연주했던 건 Current 93이었고(“Thunder Perfect Mind”), 이미 Romowe Rikoito라는 이런 스트링 잘 쓰는 멜랑콜릭 네오포크의 모범을 러시아에서 만나본만큼 이런 스타일이 그리 당황스러울 것까지는 없겠다. ‘Beauty Destroyed’에서는 Nature and Organization의 스타일도 엿보이는데, 그래도 노래라기보다는 에로틱한 효과음에 가까울 Ice Queen의 보컬이 이 앨범에 은근한 퇴폐미를 부여한다. 덕분에 가끔은 Blood Axis까지 떠오르는 ‘Next to the Stars’ 같은 곡이 앨범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은 분위기보다는 잘 다듬어진 ‘노래’에 더 솜씨가 있는 밴드다. ‘Luna’는 길지 않은 네오포크의 역사에서 한 번쯤은 꼭 얘기하고 넘어가야 할 멋진 곡이라고 생각하고, 사실 이 곡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떨어지는 곡도 사실 하나도 없긴 하지만.
[Eis & Licht,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