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니체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싶은 의미심장한 밴드명의 스트라스부르 둠메탈 밴드의 현재로서는 유일작 데모. 하지만 2018년에 100장 한정으로 나왔다는 데모가 여전히 팔리고 있으니 밴드의 그간의 세월은 꽤 쉽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긴 이런 음악 하는 밴드가 광명을 기대하기도 쉽지는 않겠다. 각설하고.

음악은 꽤 독특한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St. Vitus 풍의 리프에 선 굵은 보컬을 얹은 류의 둠메탈인데, 이런 류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좀 더 복잡하고 굴곡 있는 구성을 가져가는 편이다. Pentagram을 아마 의식했지 싶은 리프에 트레몰로가 얹히면서 블랙메탈다운 전개(와 보컬)로 나아가는 모습에서는 낭만성은 쫙 빼버린 90년대 말의 둠-데스를 생각했다가도 꽤 괴팍한 박자감각은 “Into the Pandemonium”의 Celtic Frost를 생각나게 하는 면도 있다. 특히 ‘All Ends Up’에 이르면… 70년대 블루지한 하드록이 훗날 어떻게 Manilla Road식 헤비메탈로 변모되었을지 짐작케 하는 부분이 있다. 확실히 음악을 많이 들었다는 티가 나는 밴드다.

일단 그리고 데모인데도 꽤나 음질이 괜찮아서 데모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라도 도전해 봄직하다. 솔직히 2018년에 들었던 둠메탈 중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손에 꼽힌다. 이 밴드를 계기로 한동안 꽤 열심히 프랑스 둠메탈을 찾아 들었으니 그 이름값에 비해서는 지금의 깜찍한 내 은행 잔고에 이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밴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건 좋은 얘기는 아니구나.

[La Fin du Mond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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