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 Occulta를 신뢰할 수 있는 심포닉블랙 밴드로 기억했던 사람이라면 “The Mother and the Enemy”는 꽤나 황당했을 앨범이었고, 하필 앨범의 마지막 곡이었던 ‘Breathe Out’과 함께 밴드는 2002년부터의 오랜 휴지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고 밴드를 기억할 만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신보를 찾아 듣기에는 이젠 많이 일상이 빠듯해져버린 10년 뒤 밴드가 신작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결과물이 “Kołysanki”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앨범이 예전 스타일로 돌아갔던 건 아니다. 오히려 밴드는 이제는 메탈이라고 보기 어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데, 댄서블 비트나 일렉트로닉스의 등장은(“The Mother and the Enemy”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때로는 이 앨범을 EBM처럼 들리게까지 한다. ‘Samuel Wraca Do Domu’ 같은 곡에서는 색소폰, 오르간은 물론이고, 20세기 초반의 재즈 소품이 등장하기도 하고, ‘Karawanem Fiat’ 등 앨범 곳곳에서 플라멩고 기타 연주 등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 스타일은커녕 밴드의 과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음악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앨범의 의도는 도통 모르겠다. 밴드는 앨범 발매 직후의 인터뷰에서 영원한 잠을 자는 방식으로 꿈을 꾼다면 그건 죽음에 가까울 것이고, 아이들에게 그런 어두운 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불러주는 자장가라는 식으로 앨범을 표현한 적이 있는데(대충 봐서 정확하지는 않을지도), 그런 노래를 자장가라고 할 수 있긴 한가 궁금해지지만 저 잔혹동화 느낌의 커버를 보니 내가 인터뷰를 잘못 읽진 않았게거니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이들보다는 신경증에 시달리는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에 더 어울릴 것이다.

[Trzecie Ucho,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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