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멤버 중에 Tchort가 있었던 덕에 또 다른 거물 밴드! 식으로 소개됐었지만 알고 보니 그 Tchort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Emperor의 그 분과는 예명 말고는 똑같은 게 없었던 덕에 이러다 영생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욕을 먹었던(뭐 그래봐야 욕한 사람 수를 세어보면 몇 안 되기는 하겠다만) 미국 밴드. 물론 이 밴드도 멤버들의 훗날 행보들을 생각하면 사실 억울하게 욕을 먹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Sing Thou Unholy Servants”가 나왔던 건 1998년이었다. 덕분에 이 앨범은 중고매장에서 찾아보기는 그리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심심찮게 인터넷에서 돼지껍데기 1인분 가격 남짓한 수준으로 저렴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래도 앨범은 꽤 흥미롭다. 사실 ‘The Rite of Darkness’의 커버가 있기도 하고 Bathory를 의식했음이 역력한 많은 부분들이 있지만(특히나 ‘Adversary’와 ‘An Autumn Evening’) Jefferson Airplane의 ‘White Rabbit’을 블랙메탈로 변주한 ‘Black Goat’에서의 예의 그 투박한 ‘사타닉’ 블랙메탈에 기묘하게 사이키델릭을 섞어내는 모습을 보자니 이 밴드가 그 시절 블랙메탈 밴드들 가운데 똘끼로는 손꼽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보란듯이 후배위 사진을 실어 놓은 어이없는 부클렛 디자인을 마주하면 음악 실력을 떠나서 그냥 시각적 측면의 센스는 좀 부족한 밴드였나 짐작도 된다. 훗날 USBM의 거물들이 될 멤버들의 만남이었다기에는 아쉽기도 하지만 꽤 재미있는 앨범이었다.
[Moribund Cult,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