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잔뜩 섞은 고쓰 락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밴드의 2집. 사실 데뷔작인 “Cities and Faces”도 돋보일 것까지는 없지만 적당히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의 앨범이었는데, 2001년은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이런 스타일이 주목을 받기에 마냥 늦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너무 많은 경쟁자가 생겨버린 시점이었다. 덕분에 밴드의 음악보다는 이 밴드의 주요 멤버들이 그래도 꽤 들을만한 파워메탈 밴드였던 Heimdall의 멤버들이라는 사실이 더 주목받곤 했다. 하긴 음악이야 Nude가 훨씬 팝적이었지만 판매고로 말한다면 Heimdall에 비할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속 한 구석의 고쓰를 끝내 포기할 수 없었는지 Nude는 12년의 와신상담 끝에 다시 이 2집을 내놓았는데, 스타일이야 다를 게 없지만 데뷔작이나 비슷한 류의 다른 밴드들보다 좀 더 장르의 고전들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좀 더 현대적인 모습의 Sisters of Mercy(바꿔 말하면 The 69 Eyes) 스타일에 심플한 리프와 쟁글쟁글 기타를 잘 버무리는 와중에 꽤 후끈한 맛이 있는 솔로잉도 넣어 주는(Heimdall 출신인지라) ‘Down in the Garden’이나 Joy Division을 좀 더 냉소적으로 뒤튼 듯한 My World Today’가 그렇고, 그러다가 좀 더 헤비한 부분에서는 “Host”에서의 Paradise Lost도 엿보인다.

말하자면 무척이나 영국적인 앨범인 셈인데, 그냥 밴드가 즐겨 들었던 장르의 고전들(과 문제작들)의 스타일들을 나름의 듣기 좋은 멜로디로 다시 풀어낸 앨범이라고 해도 되잖을까 싶다. 하긴 고쓰의 고전들이라니 영국 생각이 안 난다면 그게 훨씬 이상하긴 하겠다. 꽤 즐겨 들었다.

[My Kingdom Music,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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