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mple of Baal의 핵심인 Amducias가 주축이 된 프랑스 둠메탈 밴드의 데뷔작. 사실 커리어를 보면 Antaeus와 Temple of Baal을 위시한 블랙메탈 외길인생처럼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고, Oaken Shield를 나오면서 어째 데스메탈 물을 더하고 스피드는 다운한 Marduk처럼 되어 버린 Temple of Baal에 아쉬움을 얘기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요즘인지라 이 밴드에 대한 기대는 사실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음악은 90년대 초중반의, 지금보다는 확실히 극적인 맛 대신 둔중하고 묵직했던 ‘클래식’ 둠메탈에 가깝다. 아무래도 그 시절 Cathedral과 (“Lost Paradise”의)Paradise Lost를 떠올리게 하는데, 절대 빠르지는 않지만 적당한 템포로 드라이브감을 만들어내는 드럼의 묘미가 귀에 들어온다. 좀 더 시절을 거슬러 St. Vitus(또는 좀 더 느려진 Count Raven?)를 연상할 수 있을 ‘Castles Made of Shame’ 같은 곡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러고 보면 퓨너럴 둠의 질감으로 연주한 템포 다운된 둠-데스 정도라고 해도 꽤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꽤 많은 밴드들의 이름이 나왔다. 그러니까 둠메탈 앨범들 중에 좋아하는 앨범이 있었다면, 웬만하면 이 앨범에서 그 앨범처럼 맘에 드는 구석을 서너 곳은 너끈히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장르의 팬이라면 분명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Argonauta,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