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중에 이름이 ‘상용’이었는데, 빅뱅이 데뷔한 후 무슨 약을 먹었는지 자기를 상-드래곤이라고 불러달라는 요구를 했으나(허나 그의 외모는 G-드래곤보다는 뽀빠이 이상용 씨가 온몸으로 근손실을 맞는다면 나올법한 모습에 가까웠다) 주변에서 모두 삼룡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개명을 고민하던 미친자가 있었다. 덕분에 그리 만만한 앨범은 아니지만, 이 앨범에 대해 내가 떠올리던 이미지는 한동안은 꽤 우스운 앨범에 가까웠다. 제대로 들어본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각설하고.
음악은 꽤 인상적이다. 커버부터 말해주듯 Electric Wizard의 방식을 따라가는 밴드인데, 짝퉁이라 부르기엔 만듦새가 꽤 훌륭한지라 조금은 조심스럽다. 첫 곡부터 페달을 이용해서 분위기를 고조시켜 가다가 ‘A Caw Rises from My Guts’부터는 귀에 잘 박히면서도 묵직한 리프와 퍼즈 잔뜩 먹인 사이키델리아를 보여준다. ‘Siberian Mist’ 같이 상대적으로 블루지한 곡에서는 Orange Goblin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Mystical Devotee’ 같은 곡은 나름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을 보여주는데, While Heaven Wept 같은 이들과 비교하긴 어렵겠으나 극적인 면모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2016년에도 이미 꽤 흔해진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세간의 평은 그리 좋지만은 않지만 좋은 앨범이다.
[Deadlight Entertainment,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