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유럽과 폴란드, 오스트리아만큼이냐면 약간은 고개가 갸웃거려지겠지만 그리스는 90년대 초반부터 인상적인 블랙메탈 밴드들을 계속해서 보여준 곳이었고, 개성으로 따지자면 여느 나라들보다도 더욱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래도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노르웨이의 그림자를 아예 벗어날 수 없다는 전제에서 그리스 블랙메탈이 보여준 가장 두드러진 개성은 비교적 예의 그 ‘어두운 분위기’에 천착하지 않으면서(그보다는 오컬트하고 ‘기묘한’ 분위기에 가까웠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파워메탈의 특징들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개성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Necromantia도 그렇고, “Thy Mighty Contract”의 Rotting Christ도 그랬다.
Kawir도 그런 계보에 속하는 밴드인데, 특히 멜로딕한 트레몰로 리프에 이어지는 비교적 ‘건강한’ 느낌의 코러스에서 다른 밴드들보다도 더욱 파워메탈 물을 많이 먹었음을 짐작케 한다. 덕분에 구성상 극적인 맛은 좀 덜한 편인데, 대신 리프 자체를 복잡하게 가져가거나 비슷한 멜로디의 섹션이라도 서로 다른 톤과 템포로 이어감으로써 변화를 주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는 Varathron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이런 모습을 모두 담고 있는 곡이 ‘Medea’인데, 응당 앨범을 대표할 만한 곡이지만 ‘Colchis’의 테마와도 맞물리며 인상적인 피날레를 보여주면서 앨범은 마무리되지만 밴드의 그 이후를 기대하게 하는 힘이 있다. 같은 테마라도 꾸준히 변주되는 모습 덕분에 더 그럴 것이다. 곡명에서 알 수 있지만 익히 알려진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만큼 가사를 읽으며 듣기에도 적합한 보기 드문 블랙메탈 앨범이기도 하다.
[Iron Bonehead,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