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woods My Betrothed의 사이드 프로젝트 격으로 시작된 이 밴드는 실력만큼 빛은 못 봤다 할지언정 어쨌든 그래도 꽤 괜찮았다는 정도의 평은 듣곤 하는 Darkwoods My Betrothed에 비해서도 확실히 주목받지 못했다. 사실 Darkwoods…나 이 밴드가 이렇게 주목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는 Tuomas Holopainen이 아닐까 싶다. 이런 비인기 프로젝트를 여러 개 함께 굴리기에는(그러고보니 Furthest Shore도 있구나) Nightwish의 핵심인 이 양반은 아무래도 너무 바쁘다. 애초에 다른 밴드들이 앨범이고 뭐고 이것저것 모두 합쳐서 여태까지 팔아먹은 판매고를 따져봐야 “Wishmaster” 한 장만 못할테니 본인도 의욕까지 부릴 필요는 없었을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그래도 “Angels Fall First”가 나오기 전 Tuomas마저도 배고팠을 시절에 나왔던 이 데모는 마냥 만듦새를 띄워줄 건 아니긴 하지만 수려한 건반과 꽤 인상적인 리프에서 미래를 기대하게 할 만한 둠 메탈을 담고 있다. 사실 헤비메탈의 기운이 강하다는 점에서는 둠보다는 그냥 다크 메탈 정도로 얘기하는 게 더 낫지 싶은데, 아무래도 이런 류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다크 메탈은 Bethlehem 정도는 돼야 붙여주고 싶은 레떼르다. 데모치고는 꽤 괜찮은 음질 덕에 그 시절 블랙메탈 앨범들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었던 ‘자욱한 분위기’와도 거리가 있다. 특히나 앨범에서 그나마 공격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Fjälldalen’의 전형적인 헤비메탈 리프와 그럼에도 명확하게 들리는 베이스 연주는 이 밴드가 애초에 동향의 익스트림메탈 밴드들과는 출발점 자체가 좀 달랐음을 알려준다. 하긴 Tiamat이 “Wildhoney”를 낸 게 1994년이었으니 그 정도 음악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어둡거나 공격적인 사운드를 원한 이들에겐 본전 생각나는 밴드가 되겠지만,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그림자 드리운 분위기 정도는 잡아주는, 그러면서도 친숙한 리프와 건반 멜로디로 귀를 잡아끌 줄 아는, 하나하나 따져보면 딱히 모자란 구석이 없었던 밴드의 첫 데모였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66,5° N’는 확실히 겨울에 찬바람 맞으면서 듣기 좋은 건반 연주곡이다. 하긴 이런 감각의 건반이 있었으니 Nightwish가 롱런할 수 있는 거기도 하겠지만.

[Self-financed,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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