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ne의 유일작. 사실 Fates Warning/Queensrÿche류의 90년대 미국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를 얘기한다면(이런 얘기를 누가 하긴 하느냐는 의문은 일단 넘어가고) 언급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오리지널을 구하기도 사실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이상할 정도로 ‘hidden gem’ 취급을 받는 앨범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히려 CD로 나온 오리지널보다는 Night of the Vinyl Dead에서 재발매한 LP가 좀 더 희귀반 대접을 받는데, 300장 한정으로 나온 LP를 아직도 30유로 밑으로 구할 수 있는 걸 보면 평이 좋았거나 어쨌거나 판매고는 형편없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일단 저 NOTVD에서 나온 LP가 제 값에 나오는 경우가 그리 흔한 건 아니다.

음악은 꽤 수려하다. 4인조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가 첼로에 더블베이스까지 잡아가며 꽤 풍성한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는 게 특징적인데, 키보드가 꽤 화려하게 들어가긴 하지만 그럼에도 곡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기타가 주도하는 멜로디라인 뒤에서 분위기를 잡아가는 스타일이고, 그 분위기도 통상의 USPM보다는 확실히 더 어두운 편이다. 그렇다고 “A Pleasant Shade of Grey” 같은 잿빛의 분위기는 아니고, 덕분인지 가사도 사랑 얘기 위주라는 게 이런 류의 밴드로서는 드문 모습이다. ‘Queen Anne’ 같은 곡은 이런 밴드가 Dream Theater를 참고했을 때 나올 만한 스타일을 꽤 준수하게 구현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고음부만큼은 Midnight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Shawn Ames의 보컬(다들 이 분이 보컬이라는데, 부클렛에는 이 분이 노래했다는 얘기는 안 쓰여 있긴 하다)도 극적인 맛을 살려내고 있다.

확실히 가벼운 녹음이 아쉬운 감은 없지 않지만 좋은 앨범이다. 하긴 레이블부터가 녹음 잘 된 앨범이 나오기는 요원해 보이기는 하다.

[Nordic Metal,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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