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블랙메탈계의 자타공인…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꽤 떠오른 슈퍼스타 Mgla의 앨범들 중 한 장을 고른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이다. 앨범 자체만 보면 사실 “Crushing the Holy Trinity”가 있겠지만 그 앨범은 애초에 Mgla의 곡을 들으려고 사는 스플릿이 아니니 넘어가자. 솔직히 그 앨범을 들으면서도 Mgla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고, “Presence” EP는 꽤 괜찮았지만 그 즈음 듣던 Peste Noire의 데뷔작 덕에 그리 기억에는 남지 못했다. 말하자면 처음으로 Mgla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건 이 앨범이었으니, 첫끝발이 꽤나 확실했던 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음악은 고전적인 형태의 블랙메탈을 세련되게 풀어낸 스타일인데, 진한 멜로디와 함께 템포를 뒤트는 면모나 간혹 느껴지는 펑크풍(특히 ‘IV’의 후반부), ‘III’의 (과장 좀 섞으면)이렇게 칠 수 있었나 흠칫하게 되는 Iron Maiden풍의 솔로잉을 제외하면 무척이나 전형적이다. Dissection에서 멜로딕 데스의 기운을 걷어낸 듯한 스타일의 리프는 특히 ‘VII’에서 빛을 발하는데, 질주하는 리프가 호전적인 심벌에 얹혀서 나아가다가 점차 템포 다운되면서 Kriegsmaschine 풍의 ‘카오틱’으로 변하는 모습은 M과 Darkside가 여태껏 만들어낸 곡들 중 최고의 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둡지만 늘어지지 않는 분위기에 비해서는 꽤나 허무함을 내지르는 가사도 역설적으로 잘 어울린다. 아마 “Exercise in Futility”가 생각보다 너무 밝다고 느껴졌다면 그 이유의 상당부분은 이 앨범 때문일 것이다.

단점이라면 이 앨범을 들으면서 더 이상 Kriegsmaschine의 신보가 기다려지지 않기 시작했다는 정도? 굳이 흑백 커버의 블랙메탈 앨범을 찾아듣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들을 만한 앨범이다.

[Northern Heritag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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