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레코드에 Roadrunner라면 따지지 않고 웬만하면 사고 보던 시절을 마무리했던 앨범은 Amen의 “Amen”이었다. 사실 앨범은 그리 나쁘지 않았고(가 아니라 지나서 생각하면 꽤 괜찮았고), 비슷한 시기에 함께 라이센스됐던 Downer 같은 밴드와는 확실한 레벨 차이를 보여주었지만 아무리 거친들 한참 블랙메탈을 열심히 듣고 있던 귀에 어필하기는 어려운 음악이었다. Ross Robinson이라는 이름이 내 컬렉션에서 없어진 즈음이기도 할 것이다. 뉴 메탈을 딱히 열심히 들었던 적은 없지만 저 이후로는 궁금해서라도 사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Amen에서 꽤 거친 톤의 기타를 연주했던 Sonny Mayo가 소시적에는 스래쉬를 연주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웠는데, Anthrax마냥 그루브한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Demolition Hammer 정도로 과격해지기도 하는 스래쉬가 담긴 앨범이었던만큼 왜 망했는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두 장만 더 냈다면 좀 더 많은 이들이 Silence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choes of Damnation’처럼 밀어붙이는 곡도 있지만 ‘Voice of the Pariah’처럼 모슁에 어울릴 그루브를 선보이는 곡도 있고, ‘Necromantic’처럼 한창 복잡하던 시절의 Dark Angel을 의식했을까 싶은 프로그레시브 스래쉬도 있다. 시절이 스래쉬 밴드로서 빠른 등장은 아니었으니 공부는 열심히 하고 나왔던 셈이다.
네덜란드의 기복도 잘 없는 부틀렉 명가 Evil Eye에서 찍은 짝퉁이 많이 돌아다니지만 30달러 정도면 오리지널을 구할 수 있으니 기왕이면 그쪽을 권해본다.
[Self-financed,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