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pping Corpse는 1992년의 “Industry” EP를 제외하고는 정규작으로는 이 앨범만을 발표했다. 물론 클래식이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지만, 아무래도 데스메탈의 ‘전형’보다는 스래쉬의 색깔이 훨씬 짙은 편이다. 꽤 유니크한 데스래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쨌든 스래쉬와 데스의 경계는 꽤 모호한 편이고, Ripping Corpse는 스래쉬 리프를 스래쉬란 말을 붙이기 망설여질 정도로 극단화한 음악을 연주했으니(이 시절, 이런 표현이 어울릴 만한 다른 앨범이라면 Infernal Majesty의 “None Shall Defy” 정도일 것이다), 데스메탈이라 하기에 부족함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Erik Rutan과 Shaune Kelley의 기타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스피디하면서도 확실히 ‘불길한’ 기운의 리프들을 연주했고, Scott Ruth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앨범에서 Scott의 보컬은 John Tardy에 비견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앨범이 보여주는 미묘한 ‘둠적인’ 면모와(특히 ‘Dreaming with the Dead’와 ‘Rift of Hate’), 군데군데 명민하게 컨벤션을 뒤트는 구성은 이 그리 프로그레시브하지 않은 앨범의 전개를 예상하기 어렵게 한다. Erik Rutan과 Shaune Kelley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후 Morbid Angel과 Hate Eternal에서 계속해서 뛰어난 곡들을 연주했지만, 이 앨범에서의 성취의 수준에 다시 이르지는 못했다. 메탈보다는 햄버거가 떠오르는 이름 때문이었는지 거의 재발매로 연명하던 이 레이블의 가장 대표적인 밥줄이었던 앨범이기도 하다. 드립이 좀 과했나?
[Kraze,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