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Absu의 독재자로 군림하던 Proscriptor가 그 모습과는 달리 Absu의 커리어에서 직접 작곡한 곡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다채로운 구성도 구성이지만 좀 심한 부분은 과장 섞으면 스래쉬한 Dillinger Escape Plan 수준으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리프의 힘이 돋보이는 음악이었던만큼 Absu의 클래식들 중 Prosciptor 이상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건 기타의 Shaftiel이었다. 그러니까 어쨌든 Shaftiel이 곡은 쓰고 연주만 빠졌던 “Absu” 이후에 “Abzu”에서는 누가 기타를 잡느냐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고,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꿨던 인물이 Vis Crom이었다. 그러니까 Vis Crom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밴드에서 쫓아냈던 Proscriptor의 선택은 정치적으로도 그렇지만 음악적으로도 밴드에는 파멸적인 결과였다. 하긴 그러니까 쫓아내 놓고 그 연주는 그대로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Sonja는 그 Vis Crom, 이제는 Melissa Moore가 하는 헤비메탈 밴드인데 이 두 곡의 디지털 데모만을 내고 아무런 활동을 하고 있지 않으니 지금껏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두 곡은 그 시절 즈음 레트로를 앞세워 우후죽순 나오던 유사한 부류의 밴드들(이들의 결과물들보다 단연 돋보이는 리프를 보여주고 있었고, Melissa가 뛰어난 기타 말고도 나름 고음에 강점이 있는(하긴 여성이니만큼) 메탈 보컬리스트로도 꽤 역량 있는 인물임을 확인시켜 준다. Absu에서만큼 몰아치는 맛은 없긴 한데 하긴 그건 밴드보다는 장르 탓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여성 보컬도 있고 몰아치지도 않아서인지 심심찮게 소개에 고쓰 운운하는 이들이 넷상 꽤 보이지만 그래도 그런 기운은 눈곱만큼도 없는 음악이니 오해할 필요는 없다.

금년에 Cruz Del Sur에서 나온다는 데뷔작이 기다려진다. 데모가 이 정도인데 데뷔작이 구리다면 사기일 것이다.

[Self-financed,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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