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yhemic Truth는 그리 잘 알려진 밴드는 아닌데, 하긴 독일의 그 많은 밴드들 가운데서 잘 알려질 만큼 특출난 뭔가가 있었냐면 그런 건 아니기 때문에 으레 수긍이 가면서도, 또 생각하면 벌써 1992년부터 데모를 내기 시작했던 장르의 앞서갔던 밴드였던만큼 이렇게 누군가는 굳이 데모까지 찾아듣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94년 데모가 지금도 20유로 남짓에 구해지는 물건인 걸 보면 블랙메탈 팬을 자처하는 이들 중에서도 굳이 찾아듣는 한 줌의 사람들만 듣고 나머지는 정말 철저하게 관심없는 밴드인가 싶기도 하다.
데모란 걸 감안해도 음질은 꽤나 조악한 편인데, Bathory풍의 블랙메탈이라는 건 밴드가 이후에 보여준 모습과도 통하지만, 밴드가 이후 Morrigan의 이름으로 연주한 것보다는 훨씬 직선적인 편이다. 말하자면 훗날의 앨범들이 “Blood Fire Death”를 의식했다면 이 데모 시절만 해도 “Under the Sign of Black Mark”에 가까운 편인데, 그 앨범에서 Bathory가 ‘Enter the Eternal Fire’ 정도를 제외하면 그래도 군더더기 없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Mayhemic Truth는 좀 더 늘어지는 편이다. 8분이 넘어가는 ‘And Only the Flames Remember the Long Forgotten Cries’는 사실 좀 피곤했다. 훗날 Morrigan까지 이어지는, 짧게 끝날 만한 곡을 굳이 길게 만드는 곤란한 습벽이 쓸데없을 정도로 긴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God In Ruins (Your Blood Is Like An Ocean)’의 멜로디만큼은 충분히 좋다. 이 시절 블랙메탈을 굳이 찾아듣는 이들이 반길 만한 차가우면서 날카로운(달리 말하면 지글거리는 리프의) 분위기가 살아 있다. 그런 거라도 없으면 블랙메탈 데모를 뭐하러 듣나? 하는 의문이 남기는 한다만.
[Self-financed,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