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taros는 이 블로그 집주인 닉네임의 유래가 된 Charmand Grimloch의 원맨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 스스로도 Tartaros의 음악을 좋아했던 적은 딱히 없는 듯하니 왜 저 이름을 골랐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Charmand Grimloch가 이름값을 얻은 건 Tartaros가 아닌 Emperor의 라이브 세션에서였고, 돌아보면 닉네임을 따서 쓰기에는 Emperor의 다른 멤버들은 너무 거물인지라 누군가에게 이름을 벌써 선점당한 상태였다. 말하자면 Grimloch는 ‘만만한’ 선택이었던 셈인데, 이름을 빌려 썼으니 앨범은 구해줘야 하지 않겠나. 다행히 밴드는 EP 하나에 풀렝쓰 하나만을 간신히 내고 소리 없이 사라졌으니 컬렉팅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니 언제부턴가 과연 판권 제대로 따서 재발매하는지 의심스럽기도 한 The Devil’s Elixirs가 굳이 이 데모를 왜 재발매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513장을 찍었는데 1994년에 나온 뒤 여태껏 팔린 게 513장이 안될 것 같다. EP와 정규에서 꽤 기묘한 분위기의 심포닉블랙을 연주했던 밴드의 데모치고는 스타일도 평범하다. 하지만 2021년의 시각으로 1994년의 노르웨이 심포닉블랙에 개성을 요구하는 것도 과하기는 하겠다. 솔직히 이 시절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팬이라면 Tartaros가 낸 어느 앨범보다도 취향에 맞을 것이다. 인트로인 ‘Den Forseglede Tid’는… 과장 좀 섞으면 음질만 좋았다면 Osculum Infame 생각도 났을 것이다. 저 커버는 이번 재발매반 버전인데, 오리지널과는 분명 다르지만 사실 분위기 자체는 비슷한 커버이므로 나름 넘어가 줄 만할지도.

[Self-financed, 1994]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