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flicted는 꽤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 밴드다. 정규 앨범은 두 장만을 내고 사라진 스웨디시 데스메탈 밴드…이지만, 2집인 “Dawn of Glory”는 본격 파워메탈 앨범인 덕분에 데스메탈 밴드로서의 Afflicted는 흔히 잊혀지곤 한다. 하긴 두 장 중에 한 장이 파워메탈인데 과연 이 밴드를 데스메탈 밴드라고 부르는 게 맞나… 하는 의문도 있다. 신기할 정도로 1집과는 판이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저 2집을 듣자면 밴드가 데스메탈 밴드로서의 모습을 별로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짐작도 든다. 물론 짐작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잊혀지기에 “Prodigal Sun”은 많이 아까운 앨범이다. Nocturnus가 “The Key”을 내놓은 때가 1990년이었으니 “Prodigal Sun”의 음악이 앞서가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만 멜로딕하면서도 테크니컬한 리프, 때로는 거의 즉흥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하고 때로는 스페이스록스러운 부분까지 등장하는 급격한 변화가 이어지다가 어느샌가 매끄럽게 마무리짓는 구성은 그 시절 다른 밴드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특히나 ‘Astray’는 메탈에서 라이트모티프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느 모범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Spirit Spectrum’은 그러면서도 이 밴드를 왜 스웨디시 멜로딕데스와 연결지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한다. 그 시절 Sunlight Studios에서 나온 최고의 앨범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Nuclear Blast가 ‘거기만 들어가면 다들 비슷해진다’ 식의 레이블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돈은 중요하지만 돈 없이도 나름 괜찮았던 시절이었던 셈이다.
[Nuclear Blast,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