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d Rice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애초에 앰비언트로 음악을 시작해서 무려 Mute에서 (NON의 이름으로)앨범들을 냈던 뮤지션답게 네오’포크’에 가까운 음악을 만든 적은 그 (불한당들처럼 생긴)친구들과 함께 한 앨범들을 제외하면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음악 활동만큼이나 그 논쟁적인 개똥철학으로 유명한 인물답게 앰비언트류의 음악만 만든 건 아니었고, The Boyd Rice Experience는 그런 인물답게 ‘spoken word’류의 앨범을 내기 위한 프로젝트인 것 같다. 당장 앨범에 본격 뮤지션이 아닌 Adam Parfrey(Feral House 출판사 사장) 같은 인물이 끼어 있다.

바꿔 말하면 암만 좋게 봐 주려고 하더라도 사실 음악을 기대하고 들을 앨범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깃든 증오를 까발린다는 류의 뮤지션의 의도답게 가사도 폭력성과 여성 혐오 등으로 가득하다. 그러니까 ‘Love will Change the World’ 같은 제목은 누군가에게는 보기에 불쾌할 정도로 지독한 농담일 것이다. 그런 지독한 가사 뒤에 깔리는 음악은 기본적으로 거칠지만, 때로는 유치하게까지 들리는 라운지 재즈도 등장한다. 이 기묘한 분위기를 Charles Bukowski 같은 이에 비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Charles Bukowski의 경우 그 천박함이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깃든 모습일 수 있음을 까발리는 신랄함을 보여준다면 Boyd Rice가 그런 신랄함이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스스로의 논쟁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사악한’ 음악은 이런 류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들으면서 이만큼 사람 불쾌하게 만드는 앨범도 별로 없다.

[Hierarchy,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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