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메이드였지만 비교적 스타일은 평이했던 데뷔작 “Triumvirat” 이후 Cult of Fire는 이 2집부터 본격 동양으로의 초대… 스타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류의 커버는 이미 Impaled Nazarene에서 전례를 찾을 수 있겠지만, Impaled Nazarene은 정작 음악은 커버의 이미지와는 별 상관 없었으므로 이 기묘한 방향성에 있어서는 전례가 없었던 시도라고 할 수 있을지도? (아닐 수도 있음) 덕분에 앨범을 구한 직후에는 무슨 Youth of Today처럼 하레 크리쉬나에 빠진 걸까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그렇지만 앨범은 예상과는 달리 블랙메탈의 컨벤션에 충실하다. 힌두풍의 사운드 – 시타나 ‘옴마니반메훔’ 식의 챈트가 등장하는 – 는 첫 곡인 ‘संहार रक्त काली(Samhara Raktha Kali)’ 의 초반부에 등장하지만, 이후에는 갑자기 Dissection풍의 리프가 블래스트비트와 등장한다. 이후에도 이런 사운드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곡의 중심에는 강력한 리프가 있고, 사실 이런 ‘힌두풍’ 사운드가 두터운 리프를 뚫고 나오는 부분도 거의 없다.
다만 분위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만큼은 분명 특별하다. 블랙메탈의 큰 줄기를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 그 전형을 조금씩 뒤트는데, 블래스트비트 사이에 군데군데 들어가는 싱코페이션과 그 틈을 타 들어가는 앰비언스는 다른 밴드에서 쉬이 볼 수 없었던 류의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दिव्य प्रेम की ज्वाला से दग्ध'(마지막 트랙, ‘Burned by the Flame of Divine Love’)의 ‘따뜻한’ 분위기도 블랙메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아니, 다른 밴드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듣고 나면 꽤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멋진 앨범이다.
[Iron Bonehead,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