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ath Ritual은 처음으로 직접 데모를 찾아 구입한 밴드들 중 하나여서 기억에 남는다. mp3.com이 살아 있던 시절이었고, 한국의 웬 듣보에게까지 연락이 왔다는 게 기분이 좋았는지 혼자 밴드를 굴리던 Sado-Stan Dementor는 데모 100장 중 무려 핸드넘버 6번의 데모를 보내주었다.(내가 연락하기 전까지 5장밖에 안 나갔던 것일지도 모르고) 원래 말투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devil’이라고 불렀고, 틈만 나면 평이한 표현들을 발음만 비슷하고 뜻은 전혀 상관없는 단어로 바꿔 쓰곤 했다(예를 들면 of ‘corpse’라던가). 계속 밴드를 주목해 달라고 했었는데, 이후 Wrath Ritual의 이름을 들을 일은 다시 없었으니 짧았지만 인상적인 인연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음악은 이런 거 하면서 주소는 브루클린이라는 것도 의외였는데, 하긴 서울에서 이메일 받은 그쪽이 나보다는 좀 더 신기했겠거니 싶다. 각설하고.

음악은 물론 “The Oath of Black Blood”에서의 Beherit에 가까운 스타일인데, Beherit보다는 좀 ‘주술적인’ 분위기는 덜하면서 템포는 좀 더 빨라진 류의 음악을 연주한다. 그러면서 정작 수록한 Beherit의 커버곡은 ‘Down There…’이라는 게 좀 의외인데, 래스핑과 스크리밍 사이를 적당히 왔다갔다하는 보컬이 Beherit와는 가장 확연히 다른 면모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게 Sado-Stan Dementor가 하던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이기도 할 것이고… (이를테면 Song of Melkor) Beherit보다는 리프들이 좀 더 스래쉬한 스타일이라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일 것이다. 물론 데모다운 형편없는 음질을 거치면 사실 그놈이나 그놈이나 결국 비슷해지는 스타일이기는 하다. 애초에 10분도 안 되는 데모니 결국 이리저리 다양한 면모보다는 시원하게 후려치는 게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그래도 ‘The Spirit of Vengeance’는 mp3.com 시절부터 꽤 재미있게 들었다.

[Self-financed,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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