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기린아들이 기울어 간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던 사건들 중 하나는 Misanthropy Records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Mayhem은 변했다는 욕을 먹을지언정 음악은 훨씬 무지막지해졌고, Emperor도 늘 그랬듯이 뛰어난 앨범들을 내놓고 있었지만 어떤 밴드들은 확실히 그 전과는 달리 느껴졌고, In the Woods와 Burzum, Ved Buens Ende를 로스터에 가지고 있는 레이블이 망한다는 것은 한창 메탈바보였던 이에게는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Madder Mortem의 이 데뷔작은 내가 기억하는 Misanthropy의 거의 마지막 발매작인데, Misanthropy 발매작답게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좀 더 빈티나는 커버지만 음악은 The Gathering의 한창 시절 박력이 묻어나는 류의 둠-데스가 담겨 있다. 어느 정도 포크적인 패시지에서는 The 3rd and the Mortal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드럼에 리버브 듬뿍 걸어 분위기를 잡는 부분에서는 과장 좀 섞으면 훗날 Alcest 같은 밴드들의 방식도 일견 떠오른다. ‘These Mortal Sins’에서는 나름 박력 있게 달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말하자면 새로울 건 딱히 별로 없지만 그 시절 고딕메탈 레떼르를 달고 잠시나마 주목을 받았던 여성 보컬을 앞세운 둠-데스를 잘 다듬어 내놓은 앨범이랄 수도 있겠다. Agnete Kirkevaag가 마냥 힘있게 밀어붙이지 않고 서정을 보여줄 줄 아는 보컬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래서였나? Madder Mortem은 Misanthropy가 사라지고, 멤버도 두 명 말고 싹 갈리면서 해체되나 싶었지만 둠의 향기를 꽤 걷어내고 Dream Theater를 살짝 참고한 듯한 헤비 리프로 빈 자리를 채우면서 Nuclear Blast에서 새 앨범을 내놓았다. 2001년이었고, 뭔가 확실히 변했다고 느껴지는 시절이었다. 구해야 할 앨범들이 끝이 없었던 메탈바보가 생각해도 뭐가 달랐다.

[Misanthropy, 1999]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