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성 이후에는 아무래도 90년대풍 스래쉬/얼터너티브의 영향을 지울 수 없는 음악을 연주하였지만 Diamond Rexx가 80년대에 연주했던 음악은 분명히 글램의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물론 Lizzy Borden이나 W.A.S.P.가 연주했던 것처럼 좀 더 헤비메탈의 전형에 다가간 사운드이기는 했지만, Motley Crue의 리프를 좀 더 단순화한 듯한 ‘전형적인’ 스타일의 연주나 섹슈얼한 내용의 가사, (조금 지저분해 보이긴 하지만)80년대 특유의 패션감각 등, Diamond Rexx는 80년대를 지나 온 이런 부류의 밴드들 중에서도 가장 ‘전형’에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1989년에 이런 앨범을 내놓았으니 그 생명력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Nasti Habits의 Alice Cooper를 닮아 있는 보컬과 이후 Faster Pussycat의 모습까지 예기하게 하는 ‘4 Letter Word’, ‘Sleaze Patrol’ 등의 곡들은 이런 스타일이 90년대에 들어와 그렇게 묻혀버리기에는 아쉬운 면도 분명 많았음을 생각하게 한다. 뭐 저 두 곡을 제외하면 사실 기복이 있는 앨범이지만 L.A Guns 스타일의 흥겨운 코러스에 적당한 그루브는 이 장르가 가장 지갑 두둑하고 승승장구하던 시절과 확실히 닮아 있다. 그런 음악이 지갑을 전혀 채워주지 못했으니 그저 시절을 탓할 수밖에는 없었겠다. 밴드는 1991년에 “Golden Gates” EP를 발표하고, 이후로는 다시는 이런 스타일을 연주하지 못했다.

[Red Light,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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