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rrang!과 Metal Hammer 지에서 0점을 맞은 것으로 우리에게도 잘…알려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 밴드는 그런 점수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에게 ‘컬트’의 지위를 인정받는 밴드이다. Venom에 대한 이탈리아의 대답이라는 얘기도 있고, Abigail 같은 밴드들은 지금도 Bulldozer의 곡들을 열심히 커버하고 있다. 그렇다곤 해도 사실 이 밴드가 처음부터 거물로서 부족함 없는 음악을 연주한 건 아니었고, 나름의 강점이 있었지만 누가 뭐래도 B급(내지는 B급과 C급 사이의 ‘쩜오’)에 가까웠을 2집까지의 음악을 뒤로 하고 제대로 스래쉬 밴드로 거듭난 건 아무래도 “IX”부터라고 생각한다.
전작까지의 확실히 펑크풍이 강했던 리프는 (약간은 빈티날 정도로 얆게 녹음되었음에도)충분히 날렵한 스래쉬 리프로 변모했고, AC Wild의 확실히 좀 더 거칠어진 보컬, 새로 들어온 Rob “Kilister” Cabrini의 더욱 빨라진 드러밍은 폄하하자면 Venom 파워 업그레이드에 불과해 보이는 면이 많았던 2집까지의 스타일을 단숨에 Slayer를 꿈꾸는 수준까지 올려놓는다. 게다가 이 밴드 최고의 강점이라면 소위 ‘잘 나가는’ 밴드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지독한 유머감각인데(Anthrax 같은 밴드들의 유머와는 궤가 다르다), ‘Ilona the Very Best’ 같은 곡의 그루브하기까지 한 탁월한 스래쉬 리프와 일견 블랙스래쉬에 가까울 격렬한 솔로잉에 실리는 정신나간 가사를 보자면 아, 이탈리아가 유럽의 중국이라 그랬었지.. 하는 혹자의 촌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말 유쾌한 앨범이다.
[Discomagic,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