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cturnal Mortum의 2017년작. 한 2주 전에 신작이 나왔다 하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 앨범을 예전처럼 쉬이 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밴드 본인들도 페이스북 계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모금까지 하고 있는 모양이고, 하긴 새 앨범이야 어쨌건 지금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임은 누가 뭐래도 분명해 보인다. 정치적으로 불온하다는 혐의를 많이 받아 왔고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껏 받고 있는 밴드이지만 어쨌든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히 알고 있지 않나 하는 인상을 준다. 각설하고.
오랜 활동기간 동안 스타일의 부침이 아주 없지는 않았고 특히 “Nechrist”에서 살짝 많이 빡세진 감이 없지 않았지만 밴드는 데뷔 이래 꾸준하게 풍성한 키보드의 포크풍 강한 블랙메탈을 연주했는데, 이 앨범에서도 그 방향 자체는 변함없긴 하지만 이전의 어느 앨범들보다도 지역색이 짙고 상대적으로 수그러든 블랙메탈의 기운은 때로는 게임음악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듣기 편하다. “The Voice of Steel”부터 이어진 미묘한 사이키델릭도 여전히 등장하는데, 믹싱을 굳이 Greg Chandler(Esoteric의 그 분)에게 맡긴 걸 보면 밴드의 의도한 방향성일 것이다. ‘Чорний мед’의 블랙메탈이라기엔 꽤나 느긋한 그루브는 예전 같았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The Voice of Steel”을 좋아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웰메이드 앨범이겠지만 밴드의 예전 모습을 기대했다면 만듦새야 어쨌건 조금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다. 내가 좀 그렇다.
[Oriana,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