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ce의 데뷔작. Black Widow에서 꾸준히 앨범들이 나오는 밴드이지만 이 데뷔작은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레이블(자주레이블이란 말도 있더라)에서 나온 덕에 그래도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드물게 보이는 편이다. “The Sleeper Awakes” 2CD의 라이브에서 몇몇 곡들을 연주하긴 했지만 이 앨범은 재발매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보이니 밴드의 팬이라면 구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밴드의 앨범들 중 가장 성의없어 보이는 커버의 앨범이지만 정체모를 영세 레이블에서 겨우 1집을 내놓은 밴드에게 멋진 커버까지 요구하는 건 좀 과한가 싶기도 하다. 각설하고.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전형에 다가간 앨범이고, Sofia Baccini의 연극적인(물론 그래도 이후의 앨범들보다는 좀 단조롭다) 보컬이 빛을 발하긴 하지만 Sergio Casamassima의 기타가 밴드의 역사에서 가장 후끈한 연주를 보여주는 한 장이라 할 수 있다. ‘The Bride of Sin’의 네오클래시컬 솔로잉은 이 분이 GIT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그래도 결국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Makumba’나 ‘Shinin’ Uneasy’ 같은 곡의 브리티쉬 하드록풍 리프에 Enrico Iglio의 적당히 해먼드 튠 섞은 건반이 어우러지는 고색창연한 연주라고 생각한다.

사실 본격 메탈 앨범이라기엔 묵직한 맛은 조금 떨어지고(덕분에 ‘Left Hand Cross’는 못내 아쉬운 곡이 되었다) 서사라는 면에서는 이후의 앨범들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Presence의 앨범들이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을 우겨넣어 과중한 느낌을 주는지라 어떤 면에서는 이만한 앨범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Sofia Baccini에게 Queen Diamond라는 무지막지한 별명을 안겨준 앨범이기도 하고.

[Hell 222,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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