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 블랙메탈 밴드의 네 번째 앨범… 이라 하나 나는 처음 들어본다. 이 밴드의 특이한 점이라면 밴드 편성에 플루겔호른이 있다는 것인데, 이 밴드가 Sagenland에서 NS의 기운 농후해 보이는 음악을 연주했던 Floris Velthius가 보컬만 빼고 혼자 다 하는 밴드임을 생각하면 사실 Floris가 급구한 객원 멤버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이 밴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 플루겔호른 연주자 Izzy 때문이었는데, 이 Izzy가 “…Memoriam Draconis”에서 아주 멋들어진 키보드 인트로를 연주했던 Izarothas라니, 멤버들의 면면을 봐서는 대체 밴드가 뭘 연주하려는 건지 짐작이 잘 안 되는 탓일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신의 이름이라는 뭐라고 읽을지 좀 애매한 밴드명도 눈에 띄는 편이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탈 스타일이지만 재즈나 프로그레시브 록, 또는 근래의 포스트-메탈의 스타일도 꽤나 많이 보이고, 그 스타일 사이사이를 괴팍하게 이어가는 모습은 Ved Buens Ende나 Code 같은 밴드들에 비교할 수밖에 없고, 특히나 ‘Schone Lei’ 같은 곡의 격렬한 베이스나 ‘Moegestreden’의 색소폰, 호른 연주를 듣자면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를 이름은 Fleurety일 것이다. 그래도 King Crimson의 그림자는 꽤 걷어내고 리버브 두껍게 건 건반과 꽤 명확한 멜로디를 매끄럽게 이어 나가는 트레몰로 리프 덕분에 Ved Buens Ende보다는 훨씬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다. 결국 Deathspell Omega의 유산을 나름의 방식으로 꽤 재미있게 풀어낸 앨범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일단 나는 꽤 재미있게 들었다.

[Babylon Doom Cul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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