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의 2019년작. 타이밍도 기가 막힌 것이 이 나름 주목받던 밴드는 드디어 Prophecy로 이적하면서 밴드 빛 제대로 한번 보나 했었겠지만(뭐 그 전에 못 나갔단 얘기는 아님) 앨범을 발표하자마자 곧 판데믹을 만나면서 투어 한 번 못해보고 제대로 묻혀버렸다. 하긴 그게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그래도 Fen 정도면 굳이 투어 돌지 않아도 열심히 키보드로 띄워 줄 넷상의 수많은 워리어들이 있으니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밴드 본인들이 들으면 웃기지도 말라고 하겠지만.

앨범은 예상대로 수려하다. 이 밴드가 포스트록 물을 먹은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만 포스트록의 면모는 더욱 짙어졌고, 반면 곡들의 전개는 좀 더 직선적으로 진행된다. “Winter”는 겨울에 뭐가 그리 할 얘기가 많았는지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도 꽤 복잡한 축에 속할 앨범이었고, 이런 변화 덕에 밴드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를 느끼는 데는 좀 더 용이해진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단조롭다는 건 아니고, 특히 ‘The Dead Light Pt. 1’의 헤비메탈 리프나 ‘Labyrinthine Echoes’의 프로그레시브한 시절의 Enslaved를 연상케 하는 사운드는 기존의 Fen의 음악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밴드의 어느 앨범보다도 메탈적인 모습이 있다.

말하자면 아이러니하게도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 가장 라이브가 궁금해지는 사운드를 담고 있는데, 하필 라이브를 할 수 없는 시절에 나왔으니 다시 말하지만 타이밍 한번 참 기가 막힌다. 나중에 찬바람 부는 야외 무대에서 ‘Nebula’를 라이브로 한번 봤으면 좋겠다.

[Prophec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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