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아방가르드-사이키델릭 블랙메탈의 선두주자! 식으로 얘기되곤 하는 밴드이지만 사실 이런 류의 설명이 효과적일 밴드는 아니다. 그보다는 이 밴드가 취하는 괴이한 기믹, 즉 19세기 후반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살아가는 ‘The Gentlemen’s Club’으로서 연주하는 블랙메탈 정도로 얘기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잘못하면 우스워질 이런 기믹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자니 음악은 자연스레 분위기에 집중할 것이고, 21세기에 블랙메탈을 연주하는 현대인이 19세기를 운운하자니 씨어트리컬하고 그 시절의 포크 바이브를 재현하는 데 신경쓰지 않으려나 하는 많은 예상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내가 밴드라면 절대 취하지 않을 전략인 셈이다. 블랙메탈 밴드가 아즈카반을 돌아다니는 타락한 호그와트(아마도 슬리데린만 있는 버전일 것이다) 마법사 얘기를 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코웃음을 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선두주자 소리를 듣는만큼 A Forest of Stars는 이 괴악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끌고 나간다는 게 세평인 듯하고, ‘Precipice Pirouette’의 후반부 바이올린과 기타의 인터플레이나 ‘Tombward Bound’의 느긋한 템포에서 점진적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모습, ‘Taken by the Sea’의 히스테릭한 고딕 이씨리얼 무드는 이 밴드가 꽤 빛나는 구석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좋게 얘기하면 연극적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약간은 나사 빠진 각본으로 연극하는 Bethlehem 같은 보컬, ‘Decomposing Deity Dance Hall’ 같은 곡의 아마 의도적일 ‘얼빠진’ 모습을 보자면 이들을 좋게 봐줄래도 잘 안 될 이들도 많아 보인다. 연극적인 구성 덕분에 블랙메탈이라곤 말할 수 없는 스타일을 보여주는 부분도 상당하다.
내 경우는? 아직 잘 모르겠다. Diablo Swing Orchestra처럼 좀 더 확실한 위트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걸 쉽게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들을 최고의 밴드로 꼽을 이들도 분명 있어 보인다. 적어도 취향에 상관없이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하는 힘은 있을 것이다.
[Lupus Lounge,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