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웨이브 그룹들 중 진짜로 80년대 신스 팝이나 AOR을 추구하는 사례들 가운데 최고의 성공사례를 꼽는다면 Wolfclub을 첫손가락으로 꼽기는 좀 애매할지 몰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무조건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말이 좋아 밴드고 뮤지션이지 상당수의 신스웨이브 밴드/뮤지션들이 아마 좁다란 골방을 벗어나지 못했을 가내수공업 프로젝트에 가까울진대, 빌보드에도 이름을 올리고 영화가 그리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헐리웃 영화(“인퍼머스”) OST에도 참여할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돈벌이로는 장르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가장 돋보이는 사례 증 하나가 아닐까? 만듦새를 떠나서 Pertubator 같은 프로젝트가 빌보드 구경을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그래도 이 듀오의 최고 성공작은 역시 “Just Drive(Part 1)”라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AOR보다는 신스 팝에 가까웠던 이전까지의 스타일에 비해 좀 더 AOR에 가까워졌고, 과장 좀 섞으면 Taylor Swift류 팝의 신스웨이브 버전에 가깝도록 들린다. 청량한 톤의 기타와 중간중간 끼어드는 색소폰, 나긋나긋한 여성 게스트 보컬을 데려와 청춘들의 사랑을 노래하는(그러니까, 딱 80년대 prom party에서 나올 법한) 가사 등? 듣다 보면 왜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이런 음악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생각보다 댄서블한 부분은 거의 없는 편이고 리버브 듬뿍 먹인 아련한 분위기로 승부하는 앨범인만큼 2021년에 좋았던 옛 시절(좀 많이 올라가긴 했다만)을 묘사하는 류의 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멜로디 잘 들어오고 절창이라고는 못해도 분위기 맞게 매끈하게 불러주는 ‘목소리 예쁜’ 여성보컬이 있는 AOR이라 하는 게 직관적으로는 더욱 와닿을지도? 어쨌든 신스웨이브인지라 인공미 넘치는 퍼커션 소리를 넘어갈 수 있다면 말이다.

[NewRetroWav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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