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을 모르는 스래쉬 장인의 이미지에 가까운 Kreator나 Sodom, Destruction에 비해서 확실히 Tankard의 이미지는 유쾌한 편이었고, 덕분인지 이 알코홀릭 스래쉬 밴드를 그 거물들과 같은 반열에 올리는 이들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거의 40년을 꾸준하게 맥주 얘기를 빼면 별로 남는 것 없는 내용으로 앨범을 내 왔으니 그 자체만으로 혹자들이 삐딱하게 볼 만한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는 밴드의 (비교적)최근의 모습은 그 혹자들에게는 좀 더 전향적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훌륭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정말 맥주 얘기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었던 초기작들(‘Zombie Attack’ 같은 곡도 따지고 보면 맥주 마시면서 좀비영화 보는 얘기였다)에 비한다면, 적어도 “The Beauty and the Beer”부터의 Tankard는 이전보다는 좀 더 드라마틱한 서사를 강조했고, 동시에 초기의 카랑카랑함을 덜어내면서 그루브를 강조하는 사운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One Foot in the Grave” 또한 그런 밴드의 경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앨범이다. ‘Pay to Pray’ 같은 곡은 최근의 밴드의 예의 그 ‘멜로딕해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더 나아가 Accept를 의식했음이 분명해 보이는 ‘Arena of the True Lies’는 “R.I.B.”까지의 앨범들과 이 앨범의 스타일상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게 어디쯤에 있을 것인지를 암시한다(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결국은 Iron Maiden과 Accept의 차이에 흡사할 것이다). ‘Northern Crown’에서는 Tankard가 무려 ‘둠적인’ 스래쉬 리프를 만들 줄 안다는 놀라운 발견에 이른다. Andy Gutjahr은 확실히 Andy Boulgaropoulos보다 드라이브감보다는 오밀조밀한 손맛을 강조하는 리프를 만드는 데 재능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결국 Tankard의 앨범을 들으면서 기대하게 되는 유쾌함은 예전 모습에서 나오는 편이다. 역사 얘기인 척 1516년 바이에른 맥주 순수령을 꺼내면서 결국은 호쾌한 맥주 얘기로 돌아가는 ‘Secret Order 1516’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결국 이 균형 잡힌 앨범의 최고의 약점은 충분히 예전대로의 유쾌함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왠지 다른 모습을 가져가고 있는 점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생각한다. 한줄요약하자면, 그냥 예전처럼 하던 거 계속 해 줬으면 좋겠다.

[Nuclear Blas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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