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1997년엔가 R.E.M이 주축이 됐던 티베탄 프리덤 콘서트 앨범이 나오면서 의식 있는 뮤지션들의 움직임! 식의 평가를 듣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후 2006년에 다른 밴드도 아니고 Death in June이 이런 이름의 앨범을 냈던 걸 알고 대체 이건 뭐야 싶었던 기억이 있다. 커버까지도 저런 모양이지만 크로아티아 야전병원에 라이브앨범 수익금을 기부하던 양반이 ‘티벳에 자유를!’을 외치며 이런 앨범을 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코딱지만큼도 들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저 썸네일 사진처럼 하고 다니는 분이 ‘시진핑 x새끼’ 같은 걸 할 것 같지는 않다.

앨범을 듣자면 사실 저 앨범 제목의 ‘Tibet’은 그 티벳을 말하는 게 아니라 David Tibet의 말장난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2006년이면 이미 David Tibet과 Douglas P.의 사이가 틀어진 지 좀 된 시점이었고, 그 와중에 David Tibet이 노래한 밴드의 클래식들을 당혹스러울 정도로 일렉트로닉스를 끼얹은 스타일로 편곡해서 다시 냈으니 사실 앨범의 제목은 티벳의 외피를 방패삼아 David Tibet의 잔재 지우기를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원곡이 원곡이니만큼 듣기는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앨범을 듣고 나서 David Tibet의 잔재가 지워졌다는 느낌도 코딱지만큼도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원곡에 가까운 ‘Jerusalem the Black’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게 과연 무슨 뜻일까? 어쩌면 앨범을 내자마자 무료음원으로 풀었던 Douglas P.가 가장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덕분에 Death in June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싼 축에 속하니 수집가에게는 반가운 아이템일지도.

[Leprosy Disc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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