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다크 포크 밴드의 유일작. Horse Cult라는 이름이 생소하지만 노르웨이의 성 올라프 전설에 나오는, 말의 생식기를 성물처럼 여기고 신에게 기도를 올리던 이교도 여인들의 이야기(바꿔 말하면 북유럽 이교도식 남근숭배 신화)에서 따 온 이름이라니 청자는 결국 이 미국 밴드가 어떤 스타일들을 참고했을지 쉽게 짐작하게 된다. 이 정도 이름이라면 사실 Ulver 스타일의 포크를 연상하는 게 보통이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21세기에 미국에서 나온 밴드가 그렇게 전형적인 노르딕 포크를 들려준 사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의 다크 포크라면 아무래도 그런 ‘pagan’ 스타일보다는 King Dude나 Changes처럼 은연중에 컨트리를 섞어내는 경우가 더 잦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밴드는 좀 의외인데, 일단 이름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노르딕 포크와는 조금은 다르다. 스코틀랜드 민요를 냉소적으로 뒤튼 ‘Twa Corbies’가 가장 두드러진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스코틀랜드라는 것도 그렇지만 기괴하면서도 그리 어둡지는 않고, 생각보다는 ‘친숙한’ 분위기의 포크 송을 들려준다. 두터운 보컬 라인에서는 과장 (좀 많이)섞으면 신경질적으로 뒤튼 듯한 스펙터리안 팝스를 떠올릴 법한 부분도 있고, 어쿠스틱 기타에 덜시머나 플룻, 피들이 등장하지만 동시에 드론 사운드가 풍겨내는 사이키델리아는 60년대식 사운드의 현대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Devil’s Nettle’의 덜시머, 플루트와 여성 보컬의 부유하는 분위기는 이 시대의 밴드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런 류의 시도를 근래에 이만큼 수준 높게 보여준 밴드는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잘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앨범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일관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꽤 다양한 스타일들을 담고 있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갈 만한 곡도 없어 보인다. 특히 하프를 위시하여 거의 Omnia 수준으로 화려한 연주를 보여주는 ‘Brigg Fair’는 그 남근숭배 향연의 장에 울려 퍼지더라도 나름 어울리지 않을까? 명곡의 반열에 올릴만하다.

[Self-finance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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