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네오포크라는 장르가 그렇기도 했지만 이 용어를 만들어낸 장르의 선구자들이 내놓았던 클래식들 중에서도 사실 전형적인 ‘포크’라고 할 만한 앨범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데, 그런 면을 생각하면 네오포크라는 명명이 포크의 전형성보다는 그런 포크의 컨벤션을 어떻게 뒤틀었는지 방식에 중점을 둔 분류에서 비롯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크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좀 더 포크의 원형에 가까운 밴드들이 이 장르에서는 좀 더 이색적인 부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포크의 원형에 다가간 밴드들을 인더스트리얼이나 노이즈 등을 섞어내 괴팍한 결과물을 내놓는 밴드들과 동일 분류로 묶어줄 만한 키워드는 가사가 다루는 테마를 접어두고 사운드만으로 생각하면 사이키델릭 정도 말고는 잘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네오포크 중 사이키 포크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했던 부류의 대표사례라면 아무래도 Fire + Ice가 첫손가락은 아니더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꼽혀줘야 믿을 만한 플레이리스트가 되잖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장르 최고의 기타리스트일 Richard Leviathan(그런데 왜 내 CD에는 Richard ‘Leviathon’으로 쓰여 있는지)의 유려한 연주가 깔리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따뜻한 톤의 목소리지만 가끔은 Morrisey마냥 위악 넘치는 면모도 선보이는 Ian Read의 보컬, 기타에 베이스는 물론 멜로디카에 오르간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며 빈자리를 메꾸는 Michael Cashmore의 연주를 생각하면, 이 앨범 당시의 Fire + Ice는 (연주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네오포크 장르에서 가장 단단한 편성을 가졌던 밴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밴드가 전통적인 포크 또는 70년대 사이키 포크의 재현에만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아마도 Stephen King의 그 빌런을 다루었을 ‘Flagg’이나 ‘The Werewolves of London Town’은 어쨌든 이들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밴드는 이후 “Fractured Man”에서 그런 ‘현대적’ 면모를 좀 더 강조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나처럼 Fire + Ice에 그런 현대적인 음악을 굳이 원하지 않는 이라면 “Birdking”이 밴드가 내놓은 마지막 노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성향을 떠나서 앨범으로는 정치적 설화에 휩싸이지 않았던 Ian Read인 만큼 이 장르의 정치적 ‘불온’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에게도 좀 더 안전한 선택일 것이다.

[Fremdheit,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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