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ite Medal은 영국 Yorkshire 출신 원맨 밴드이다. 사실 영국의 풍요로운 록/메탈 토양에 비한다면 영국의 블랙메탈은 다른 장르에 비해서는 돋보이지는 않는 편이고, 당장 Cradle of Filth를 제외하면 신통찮게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앨범은 잘 구해지던 Benighted Leams나 요새 나름 판은 잘 나가는데 그리 끌리지는 않았던 Winterfylleth, 하드록스럽던 면모까지 있던 The Meads of Asphodel 정도가 먼저 기억이 나고 있으니 그런 평가가 마냥 근거없는 건 아닐거라 자평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변이 넓어서인지 영국도 그네들 나름의 씬을 확실히 갖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Legion Blotan은 Yorkshire에 있는 레이블인데, 나오는 앨범들이 거의 대부분 그 동네의 로컬 밴드들의 앨범인 걸 보면 시절이야 많이 늦었지만 Deathlike Silence의 후예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바로 이 Legion Blotan을 운영하는 George Proctor가 White Medal의 유일한 멤버이다. 2007년부터 White Medal의 활동을 해 왔다는데 이전의 데모/스플릿들이야 들어본 바 없지만 오랜 구력 탓인지 이 데모 앨범은 생각보다 빈틈이 없다. 90년대 초중반에 나왔어야 할 정형적인 스타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빠른 템포의 음악은 아니고, 상당히 분위기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준다. 건조하고 거친 음악이지만 중간에 피아노를 잠깐 집어넣는 센스가 무작정 달리는 데에는 밴드가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컬도 다양한 색깔은 아니지만 확실히 둔중하고 두꺼운 톤의 래스핑을 들려주는데, 일반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음악에는 어울리는 편이다.
그리고 이 밴드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리프라고 생각한다. ‘Agait Back t’Ooam’ 의 인상적인 트레몰로도 그렇고 간혹은 Celtic Frost까지 떠올리게 하는 ‘Wod, Blod n’ Feathers’ 의 리프는 그 즈음에 나왔던 ‘올드한’ 스타일의 블랙메탈 리프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사례에 꼽힐 것이다. 사실 워낙 다작하는 밴드인만큼 이것저것 전부 구하는 건 말이 안 될 밴드인데, 그 중 몇 장을 고른다면 이 데모가 아마 그 중 하나로는 충분할 것이다. 멋진 앨범이다. CD 버전은 Darker than Black에서 발매.
[Legion Blotan,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