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us Belli Musica 발매작들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 간혹 포스트록 기운이 지나친 블랙메탈(또는 진짜로 포스트락) 앨범들은 좀 적응이 되지 않는 편이지만 대개 이 레이블의 발매작들은 충분히 멜로딕하고, 90년대 초중반의 그것과는 궤가 다르지만 꽤 인상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앨범 아트워크나 음질도 골방 가내수공업 수준의 많은 밴드들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인데, 앨범 하나에 기껏 100장이나 200장 정도만을 찍어내고 있으니 모으는 데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퀄리티 컨트롤 확실하게 하면서 딱 손해 안 볼만큼만 찍어내는(손해 좀 보긴 하려나…) 레이블이라고 할 수 있겠다.

Seltar는 이 레이블이 가장 일가견 있는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뉴저지 출신 블랙메탈 원맨 프로젝트(그리고 알고 보면 Wayfaerer의 바로 그 놈)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분명 멜랑콜리한 분위기이지만 중간중간 공격적인 패시지를 잊지 않는 극적인 구성 덕분에 짧지 않은 곡들이지만 지루하다고 느낄 여유는 없어 보인다. 무슨 스펙터리안 블랙메탈을 추구하려는지 두텁게 배치하는 멜로디라인에 살짝 에코 걸린 래스핑은 Lustre 같은 밴드들을 참고했겠지만 ‘Niebla’ 후반부의 스래쉬 리프에 이어지는 심플한 멜로딕 파워메탈풍 솔로잉은 이들의 블랙메탈이 사실 어두운 분위기 등과는 거리를 두고 있음도 여실히 보여준다.

말하자면 시절을 반영해 어느 정도 변화된 류의 멜로딕 블랙메탈이라 생각하고, 취향이야 타겠지만 최근에 들은 블랙메탈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웰메이드’인 앨범들 중 하나일 것이다. 솔직히 ‘Regresare’는 듣다가 좀 감명깊었다.

[Casus Belli Musica,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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